스타트업은 왜 '플랫폼 규제법'을 반대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 규제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일부 대형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해서 특별히 규제하겠다는 것이죠. 어떤 회사가 대상이 될까요? 우선은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국내 업체와 구글 등의 미국 회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딱 봐도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죠. 공정 경쟁을 위해서 큰 회사 플랫폼을 제재한다니, 스타트업은 환영할 것만 같은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타트업도 이 법안을 매우 우려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국내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어디에서 조사했느냐 하니, 스타트업 지원 단체인 스타트업얼리언스(이하 스얼)입니다.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알리는데 초점을 둔 곳인데요. 이 스얼에서 최근 국내 창업자 106명을 대상으로 "플랫폼 규제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인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2.8%가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창업자들은 왜 플랫폼 규제법을 부정적으로 생각할까요? 플랫폼법이 지금은 큰 규모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성장에도 역시 제한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요즘 서비스들 중에서 플랫폼 적 성격을 띄지 않는 곳이 없기도 하고요.

이들의 육성을 조금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랫폼법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문항에 대한 답들입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이 거래 규모가 크거나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다면 성장동력이 감소할 것.  

응답자 중 절반에 달하는 50.9%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가 이름을 알 만큼 규모를 키운 플랫폼 스타트업 중에서는 의외로 아직 적자이거나, 이제 막 흑자를 보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젠 거의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중고거래 플랫폼도 그런 곳 중 하나죠. 아직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는 곳이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게 된다면, 글쎄요. 회사의 성장에 아무래도 큰 제한을 받게 될 수밖에 없죠.

또 다른 응답을 보겠습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45.3%가 나왔고 "규제제 적용 대상 기준이 광범위해 스타트업들이 항상 규제 위험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39.6%로 만만치 않게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플랫폼 규제법을 구글에도 적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 기업에 우리 법을 강제하는 일은 쉽지 않죠. 인터넷 실명제가 결과적으로는 유튜브의 몸집을 국내에서 키우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현실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플랫폼 규제법은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플랫폼 규제법이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를 참조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른데, 유럽의 경우에는 역내 기업 중에 지배적 플랫폼이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빅테크가 시장을 모두 점유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목적으로 DMA를 만든 것이죠. 그러나 우리는 구글이 선전하고 있기는 하나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이 있죠. 또 넥스트를 꿈꾸는 스타트업 플랫폼 역시 존재하고요. 따라서, 국내에서 DMA와 같은 법을 적용시키면 해외 기업에만 기회를 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크자 해당 법안은 현재 입법 추진의 동력이 좀 떨어진 상태입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을 정부도 인지한 것이라 보이는데요. 더 많은 이해당사자의 의견 교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이 진짜 전체 국민의 후생을 위한 일이 될지에 대해서 말이죠.

 

콘텐츠 제공 : 바이라인네트워크(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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