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는 기업의 미션크리티컬 업무에 사용될 수 있도록 보안성과 안정성을 강화한 리눅스 운영체제로 인기가 많습니다. 리눅스를 중요 시스템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주로 RHEL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죠. 하지만 RHEL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료로 서브스크립션을 구독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비롯해 예산이 많지 않은 조직에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RHEL를 복제한 무료 배포판인 '센트OS'를 많이 써왔습니다. RHEL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상표를 제거하면 그 소스코드를 이용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데요. 센트OS는 RHEL에서 레드햇 고유의 로고나 상표 등을 제거한 버전이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즉, 센트OS를 이용하면 공짜로 RHEL을 이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인기도 높았는데요. 랜스위퍼에 따르면, 센트OS는 현재 전 세계 리눅스 시스템의 26.05%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분투(32.24%)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인 셈이죠.
그런데 그 센트OS가 죽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지원종료(EOL, End Of Life)가 되어버렸거든요. 센트OS 8은 이미 지난 2021년 지원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센트OS의 업그레이드는 이제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용도로 센트OS를 써왔던 기업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센트OS의 죽음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앞서, 2014년에 레드햇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O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논란이 있었거든요. RHEL의 수익을 갉아먹는 센트OS를 죽이기 위해 인수하는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레드햇은 "센트OS와 레드햇의 커뮤니티를 통합해 오픈소스 혁신을 가속하겠다."며 개발자들을 달랬었죠.
그러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레드햇은 2020년 12월 '센트OS 스트림'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센트OS의 후속 버전은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센트OS 스트림은 '센트OS'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기존의 센트OS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데요. 앞서 기술했듯 기존 센트OS는 RHEL의 다운스트림(하류)이었던 것에 반해 센트OS 스트림은 RHEL의 업스트림(상류)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다운스트림이었을 때는 RHEL 업데이트가 발표되면 몇 개월 후에 센트OS가 발표됐습니다. 즉, 몇 달만 참으면 RHEL을 합법적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러나 업스트림으로 바뀌면서는 RHEL이 발표되기에 앞서 센트OS 스트림이 먼저 존재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성능과 안정성, 보안성을 강화해 기업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인 게 아니라, 반대로 RHEL의 베타 테스트 버전이 되어 버린 거죠. 그 쓰임새와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드햇은 기존 이용자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 억지로 '센트OS'라는 이름만 유지해 놓은 거라 볼 수 있는 네이밍입니다.
여기에 2023년 6월 레드햇은 센트OS 스트림이 RHEL 관련 소스코드 릴리스의 유일한 저장소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센트OS 스트림만 남겨두고 기존의 센트OS 저장소는 없애겠다는 뜻이죠.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RHEL의 소스코드를 감출 수는 없는데, 레드햇 고객 포털을 통해서 소스코드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무료 이용자들이 소스코드에 접근할 방법을 사실상 막아버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죠.
유료 고객에게만 소스코드를 공개하겠다는 이 발표는 많은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유료 고객에게만 오픈소스'인 것이 과연 오픈소스가 맞느냐는 반발이 따라 나온 것이죠. 레드햇의 행보에 RHEL 복제품을 만들던 리눅스 업계는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레드햇이 오픈소스의 정신을 배신하고 있다는 비판이 골자입니다.
록키리눅스 측은 공식 블로그에서 "(레드햇의 결정이) 오픈 소스의 정신과 목적을 위반한다고 믿는다"면서 "아무도 GPL(오픈소스 라이선스 일종) 소프트웨어의 재배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요. 알마리눅스 측은 자신들 덕분에 레드햇의 영향력이 커지고 리눅스 생태계가 튼튼해지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무료 복제품의 존재가 오히려 RHEL을 업계표준으로 만들어 레드햇의 영향력을 강화했고, 리눅스의 파편화를 막았다는 주장이죠. 실제로 센트OS와 같은 무료 제품을 사용핟가 기술지원이 필요할 때 레드햇과 계약을 맺고 RHEL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반발에 레드햇 측은 강한 역공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이크 맥그래스 레드햇 핵심 플랫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블로그에서 "오픈소스의 가치를 믿고 오랜 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열정적인 기여자들에게 금전적인 지급을 해야 한다."면서 "개인이 생산한 코드를 단순히 재포장하고 부가가치 없이 있는 그대로 재판매하면 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지속 생산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단순한 재포장을 혁신이라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이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비용 없이 가져다 쓰려고 한다는 비판인 것이죠.
어찌 되었든, 그간 센트OS를 이용해 왔던 곳들은 다른 OS로 마이그레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원이 끝난 OS를 계속 이용한다는 것은 취약점이 발견돼도 이에 대한 패치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 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일이죠. 어떤 OS로 마이그래이션을 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신중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비용 등을 두루 고민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그럼 센트OS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래에서 주요 서비스와 장단점을 살펴보시죠.
RHEL은 센트OS 이용자들이 마이그레이션했을 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센트OS와 RHEL은 사실상 같은 OS이기 때문이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서버 운영체제를 원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레드햇은 Convert2RHEL이라는 마이그레이션 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Convert2RHEL을 사용하면 RPM 패키지를 자동으로 식벼랗여 RHEL에 상응하는 패키지로 빠르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유료라는 점인데요. 레드햇 서브스크립션에 가입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RHEL 대신 센트OS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료라는 점이었을 것입니다. RHEL을 이용하려면 기술적 준비에 앞서 재무적 준비를 먼저 해야 합니다.
수세는 세계 최초의 리눅스 전문 기업입니다. RHEL과 함께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양대 리눅스로 평가받아왔죠. 지금은 위상이 과거보다 많이 약화됐지만, SAP의 애플리케이션이 주로 수세 리눅스에서 구동된다는 점에서 미션 크리티컬 업무에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수세는 센트OS의 죽음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센트OS 7 용 수세 리버티 리눅스 라이트(SUSE Libery Linux for CentOS7)'을 선보였는데요. 센트OS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제공하는 전용 제품입니다. 이는 마이그레이션 없이 기존 센트OS 시스템에 대한 업데이트와 보안 패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죠.
오라클 리눅스는 RHEL과 호환되도록 오라클이 만든 리눅스입니다. 오라클 리눅스의 가장 큰 특징은 시스템 재부팅 없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점인데요. 또 여러 서버의 디스크 스토리지 리소스를 통합하는 글러스터 스토리지(Gluster Storage) 기능도 있습니다.
오라클 리눅스의 소스코드는 무료로 다운로드하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료 버전에는 전담 지원 팀, 클라우드 네이티브 도구, 가상화 관리자와 같은 추가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록키 리눅스는 센트OS의 죽음을 대비하여 만들어진 RHEL 다운스트림입니다. RHEL 바이너리를 기반으로 하며, 엔터프라이즈급 리눅스 배포판을 제공합니다. RHEL의 하위 버전이기 때문에 다른 Red Hat 제품과 바이너리 호환이 가능하죠. Migrate2rocky라는 변환 스크립트를 제공하며, 이 스크립트로 센트OS를 록키 리눅스로 마이그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록키 리눅스의 가장 큰 특징은 지원주기를 10년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 긍정적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리눅스에서 개발한 알마리눅스는 RHEL과 1 대 1바이너리 호환이 가능합니다. 록키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센트OS의 죽음을 대비해 커뮤니티에서 만들었죠. 알마리눅스는 사용제한 없이 무제한 무료로 사용 가능하고, 마이그레이션을 위한 스크립트 역시 같이 제공합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스프링데일 리눅스(SDL) 역시 RHEL의 완전한 복제품입니다. 다만 RHEL과 동등한 버전이 제공되지 않죠.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로 엔터프라이즈에서 중요한 시스템에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평입니다.
가상화를 위한 센트OS 클론입니다. RHEL의 소스코드의 파생됐으며 센트OS 변환 테스트, 스냅샷 생성 및 롤백, 무인 대량 변환이라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죠. 가상화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물리적 환경을 운영하는 경우 적당한 선택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우분투와 같은 데비안 계열 리눅스도 센트OS의 대체재로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우분투 역시 기술적 확장성, 높은 유연성, 강력한 보안을 제공합니다. 우분투는 6개월마다 신기능 업데이트를 출시하고 2년마다 LTS 버전을 출시하며,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스트 운영체제입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된 레드햇 계열의 리눅스와 달리 데비안 계열이라는 점에서 완벽한 호환성을 기대하는 것을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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