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챗봇 '클로드'로 잘 알려진 앤트로픽이 이번에 기업용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는 대놓고 오픈AI가 만든 챗GPT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것인데요. 앤트로픽은 오픈AI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느낀 인물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에서 이 맞대결이 아이러니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앤트로픽이 최근 선보인 제품은 '클로드 엔터프라이즈'입니다. 이 제품은 기존의 기능보다 '더 긴 텍스트'를 처리할 수 있으며, 기업 환경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기존에 20만 개 토큰까지 지원했다면, 지금은 그 두배가 넘는 50만 개로 확장했습니다. 이는 최대 20만 줄의 코드, 100쪽 분량의 문서 수십 건, 두 시간의 음성 녹취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사용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기업 업무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간편한 접근을 강조한 '싱글 사인온(SSO)'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여러 애플리케이션의 로그인 화면을 하나로 결합한 기술입니다. 또한, 앱 사용 권한을 사용자별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보안 규정 준수 모니터링 기능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편집할 때 협업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Projects)'와 '아티팩트(Artifacts)' 기능을 결합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지난 6월 앤트로픽이 선보인 기능으로, 팀 전체가 단일 공간에서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고 협업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기능을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자신의 창작물이 형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하는 아티팩트와 결합하여, 더 효과적인 공동 작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앤트로픽의 거침없는 행보에 오픈AI도 바짝 긴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클로드 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출시된 '챗GPT 엔터프라이즈'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의 두 배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입니다. 샘 올트먼과 함께 오픈AI 창업을 함께했던 다리오 아모데이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남매를 비롯한 4명이 공동으로 앤트로픽을 만들었죠. 나머지 두 명의 멤버 잭 클락과 자레드 캐플런도 모두 오픈AI에서 일했던 사람들인데요, 이들의 공통점은 '오픈AI의 상업화'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외형 성장과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의 철학 차이가 앤트로픽 탄생의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효과적인 이타주의(EA-Effective Altruism)'에 꽂힌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EA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동"을 뜻하며, 안전한 AI 개발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여 회사의 형태를 영리법인이 아닌 공익법인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앤트로픽 역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앤트로픽은 이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으며, 오픈AI가 선점한 기업용 시장에도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챗GPT 기업용 버전의 유료 이용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은 상황에서, 앤트로픽은 후발주자로서 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습니다. 앤트로픽이 기업용 클로드의 가격을 얼마에 책정할지는 아직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지만, 상업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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