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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플랫폼 규제법, DMA

유럽연합(EU)의 빅테크 플랫폼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이 첫 제재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DMA는 구글, 애플 같은 대형 기술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으로, 해당 의무를 위반할 경우 전년도 전 세계 총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최대 2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에요.

■ 유럽발 미국 빅테크 규제법 첫 제재는 누구?

EU 집행위원회의 칼날은 애플과 메타를 향했습니다. 지난 4월, DMA 위반 혐의로 애플에 5억 유로(약 8,109억 원), 메타에 2억 유로(약 3,243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U 집행위는 애플에 “앱스토어 생태계의 폐쇄성”을, 메타에는 “개인 맞춤 광고를 동의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애플은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사용자가 결제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하며, 메타는 개인 맞춤 광고를 위한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애플과 메타는 60일 이내에 지시 사항을 준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주기적으로 벌금을 내야 한다고 EU 집행위는 밝혔습니다.

애플과 메타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엘 카플란 메타 글로벌 업무 책임자(CGO)는 “위원회가 사업 모델 변경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메타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며,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압박과 다름없다”라고 반발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 기업에 대한 EU의 제재가 “일종의 과세”라며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벌금과 규제 정책을 자세히 조사하고, 해당 국가들에 대해 관세로 보복할 수 있다고 위협했죠.\ 하지만 이번 제재와 관련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무역 협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관세 등 무역 협상과의 연관성을 일축했습니다.

■ DMA 한눈에 보기: 누구를, 왜, 어떻게 규제하나?

DMA는 빅테크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고, 디지털 시장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되었어요. 주요 규제 내용으로는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데이터 접근 권한 제한, 앱 설치 및 결제 시스템의 공정성 확보, 그리고 투명한 운영 보장이 포함됩니다.

유럽이 이러한 규제 법안을 내놓는 배경에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과 견줄만한 자국산 테크 플랫폼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된 유럽은 눈치 볼 필요 없이 보다 강력한 규제를 추진할 수 있죠. 오히려 미국 기업들에 ‘군기’를 잡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이네요.

EU는 기존에 ‘TFEU’라는 경쟁법 규약을 운영해 왔지만, 이 규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TFEU는 경쟁제한 등 위법 행위가 벌어졌을 때 사후적 처분을 할 수 있는데요. 디지털 플랫폼의 경우 사후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하더라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DMA는 구체적으로 금지 행위를 적시하고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가 있는 행위를 사전에 막도록 했습니다.

■ 게이트키퍼 기업들의 대응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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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의 특징 중 하나는 규제 대상을 소수의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한정한다는 점입니다. 게이트키퍼란 여러 유럽 국가에서 활동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 기업 중, 시가총액 750억 유로 이상에 월간 이용자가 4,500만 명을 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틱톡), 메타, MS 등 6개사를 게이트키퍼로 선정해 발표했고, 이후 부킹닷컴도 추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들이 DMA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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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abet]
DMA 대상 서비스
검색엔진(구글검색), 웹브라우저(크롬), 모바일 OS(안드로이드), 지도/쇼핑 등

대응 현황
검색 서비스 조정 : 자사 서비스 우대를 줄이고 항공편·호텔 정보 등의 특화 기능 일부 폐지 및 경쟁 비교사이트 노출 강화
선택화면 도입 : 안드로이드폰 초기 설정 시 검색엔진·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화면 제공
개방정책 강화 : 안드로이드에 써드파티 앱스토어 및 외부 결제 허용(기존에도 가능했으나 Android 14에서 업데이트로 지원 향상)
데이터 활용 제한 : 이용자 계정 설정에서 서비스 간 데이터 결합 여부를 명시적 동의 받도록 하고, 광고주에 대한 데이터 투명성 확대

EU는 구글이 자사 쇼핑·지도 서비스를 우대하는지 및 앱스토어의 외부 결제 경로 허용 범위를 추가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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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DMA 대상 서비스
모바일 OS(iOS/iPad OS), 앱스토어, 브라우저(사파리) 등

대응 현황
시스템 개방 조치 : 외부 앱스토어 설치 및 사이드로딩 허용 준비, EU 이용자 대상 앱 외부 결제 연결 허용 정책 도입
기본 앱 개방 : iOS에서 기본 앱 선택권 확대와 브라우저 · 메일뿐 아니라 통화 앱, 메시지 앱 등도 타사 앱을 기본 앱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 사파리 첫 실행 시 타 브라우저 선택 창 추가. 일부 기본 앱(앱스토어, 사파리 등) 삭제 가능 기능 도입
개발자 API 개방 : 타사 앱이 iOS 기능과 상호작용을 요청하면 검토 후 합당할 경우 API를 제공하는 상호운용성 요청 시스템을 마련 해당 조처를 진행하지만,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DMA 규제에 공개적으로 이의 제기

2025년 EU는 애플이 여전히 앱스토어에서 개발자의 내 외부 결제 유도를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이유로 5억 유로 벌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음, 이외 기본 브라우저 변경 제한 건에 대해서는 설정 절차를 개선하여 조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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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
DMA 대상 서비스
소셜네트워크(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신저(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온라인 중개 등

대응 현황
개인정보 활용 옵션 출시 : 2023년 말 유럽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중단하고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지 도입
데이터 결합 제한 :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메타 산하 서비스 간의 사용자 데이터 결합에는 사전 명시적 동의를 받도록 정책 변경 중
메신저 개방성 : 왓츠앱 등 메신저를 경쟁 서비스와 상호 운용하도록 기술 표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어, 메타는 타사와의 메시징 연동 방안을 검토 중

개인정보 활용 옵션을 출시하였으나 EU는 이 방식이 이용자 동의 없이 광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도록 강요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여 시정조치를 요구하였으며 2억 유로의 벌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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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
DMA 대상 서비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Amazon Marketplace), 광고 플랫폼 등

대응 현황
판매자 지원 확대 : 제3자 판매업체가 자사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API 및 판매자 센트럴을 통해 비즈니스 사용자 데이터 접근권을 제공하며 판매자에게 유리한 데이터 이식성(portability) 도구 마련
추천 상품 동등대우 : EU와의 2022년 합의에 따라 상품 페이지의 “추천 상품(Featured Offer)” 선정 알고리즘을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하여 공정한 노출을 유지
이용자 동의 강화 : 아마존 계열 서비스(예: 프라임 비디오 등) 간 개인화 경험 제공 시 사전 이용자 동의를 받는 절차 도입
광고 투명성 : 광고주들이 캠페인 성과와 수수료 정보를 직접 검증할 수 있도록 데이터 보고서 및 클린룸 환경 제공

EU 집행위는 자사 플랫폼 내 상품노출(Self-preferencing)이 남아있는지에 대해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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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soft]
DMA 대상 서비스
운영체제, 비즈니스 SNS(링크드인)

대응 현황
개방형 OS 정책 : 윈도에서 경쟁 웹브라우저나 검색엔진으로의 기본 설정 변경을 쉽게 하고, 자사 앱 마켓 이외의 제3자 앱스토어 설치를 제한하지 않는 정책 유지
제품 통합 조정 :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일부 제품의 묶음판매 방식 변경
링크드인 데이터 이식성 : 이용자가 링크드인 프로필 및 인맥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기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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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teDance]
DMA 대상 서비스 소셜네트워크(TikTok)

대응 현황
맞춤 알고리즘 투명성 : 이용자가 추천 알고리즘에 미치는 요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페이지를 강화하고, EU 규정에 맞게 광고 투명성 확보
데이터 현지화 및 접근 : 유럽 사용자 데이터를 EU 내 서버에 저장하고, 틱톡 비즈니스 파트너(크리에이터, 광고주 등)가 플랫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대시보드 제공
타 플랫폼과의 연동 : 사용자 계정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이전할 수 있는 데이터 이동성 도구를 제공하고(예: 틱톡 동영상 다운로드 및 공유 기능 등), 서드파티와의 제한적 인터페이스(API) 검토 중

EU 규제에 따라 틱톡의 광고 서비스 경쟁사에 대한 차별 없이 이용자 선택권 보장 등의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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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com]
DMA 대상 서비스
온라인 여행·숙박 중개 플랫폼

대응 현황
플랫폼 규칙 개선 예정 : 자사 플랫폼에서 호텔 등 입점 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권리를 강화하고 플랫폼 수수료 및 알고리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힘
가격차별 조항 재검토 : 호텔에 대한 최저가 보장 요구 조건 등을 점검하여, DMA상 불공정 조건이 없도록 시정 계획
데이터 공유 : 숙소 제공업체들이 자사 페이지에서 얻은 예약자 데이터를 내려 받아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며 광고주에게도 캠페인 성과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비즈니스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 접근 확대 예정

부킹닷컴은 2024년 말까지 시정조치를 완료하여 DMA 준수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모든 의무를 충족했다”고 자평


초기 단계에서는 EU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법 준수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2024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조사와 제재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규칙 위반에 타협은 없다”는 원칙 아래, DMA 시행 첫해부터 과징금을 부과하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DMA가 글로벌 규제당국에 끼친 영향

DMA의 또 다른 주목 포인트는 ‘사전 규제’입니다. 특정 행위(예: 앱스토어 외부 결제 차단, 검색 결과 자사 서비스 우대, 사용자 데이터 몰래 결합 등)를 미리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심각할 경우 사업 분할까지 명령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하죠. 디지털 시장의 ‘속도전’ 특성에 대응해, 독점이 발생하기 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DMA의 이러한 사전 규제 모델은 전 세계 규제당국의 입법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미국은 ‘빅테크 자사 우대 금지법(AICOA)’을 통해 사전 규제 입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앱스토어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 중입니다. 영국은 ‘디지털 시장 경쟁 및 소비자법(DMCC)’을 통해 게이트키퍼별 맞춤형 행동강령 제정을 추진 중이죠. 호주·인도·한국 등도 각각 플랫폼 시장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규제 법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플랫폼 독점은 속도가 빠르니 이제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세계 각국 규제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법 학자들 사이에서 사전 규제는 논란이 있습니다. 찬성 측은 디지털 시장의 특수성(네트워크 효과, 데이터 독점, 다면 시장 구조) 때문에 기존 경쟁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시장 변화가 너무 빠르므로 사후 규제는 늦다는 주장입니다.

반대 측은 사전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디지털 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고 보는 입장이죠.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틱톡 등 신규 진입자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사전 규제 반대론자들은 지나친 규제가 기업들의 서비스 개선과 신사업 시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합니다.

 

콘텐츠 제공 : 바이라인네트워크(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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