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지난 5월, 구글 클라우드와 손을 잡았습니다.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단순한 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행보는 이미 업계 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돼 온 일이었습니다. 오픈AI가 그간 MS와 독점적이라 할 만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 왔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영진 갈등과 방향성 차이 등으로 MS와 오픈AI 연대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 속에서 오픈AI가 처음으로 MS 외 파트너로 구글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자원 확보 그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간 오픈AI의 클라우드 인프라는 오직 MS의 애저(Azure)가 전담해 왔습니다. 구글 클라우드나 아마존웹서비스(AWS)와는 협력 계약조차 맺지 않았었죠. 하지만 지난 1월 오픈AI와 MS 간 주요 계약이 종료되었고, 최근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 조건을 재조정하는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오픈AI와 MS의 관계가 갈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도 나왔죠. 2019년 MS가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를 투자하며 시작된 6년간의 돈독한 협력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두 회사의 길었던 관계를 먼저 짚어보죠. 오픈AI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샘 올트먼은 자신들과 MS의 관계를 두고, ‘기술 업계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오랜 기간 변함없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쉽게 균열이 생기리라 예상하긴 어려웠습니다. 오픈AI는 최강자 구글에 맞서며 생성형 AI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고, MS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바탕으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기업용 API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습니다. 양사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각각의 성장 궤적을 가속하며 상호 시너지를 창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오픈AI와 MS의 관계 역시 2023년 말 정점의 시기를 지나, 관계가 빠르게 식기 시작했습니다. 오픈AI 성장의 토대이자 후원자였던 MS가 어느 순간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자 잠재적 경쟁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초, MS는 오픈AI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사회 옵저버 역할을 맡을 임원을 지명하며, 샘 올트먼과 오픈AI의 영리 활동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2024년 들어 투자자 업계가 오픈AI의 연 매출을 10억 달러로 추정했고, 오픈AI가 MS에 필적하는 기업으로 평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 셀럽으로 부상한 샘 올트먼은 세계를 돌면서 각국의 기업과 정부 관계자와 만나며, 추가 투자를 논의하면서도 독자적인 서비스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MS의 기여도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흘리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챗GPT 구독자 규모가 MS 365 코파일럿의 구독자 규모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기업 고객을 둘러싸고, 양측의 관계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별도의 자체 API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대부분의 대형 기업은 안정성 때문에 MS의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기업과 개발자의 오픈AI 모델 API 활용이 늘어나면서 애저 오픈AI 서비스가 오픈AI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MS는 2024년 7월, 오픈AI 이사회 옵저버 지위를 포기했습니다. 이는 독립성을 추구하는 오픈AI의 행보를 통제하려다 오히려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MS가 오픈AI를 직접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 드러난 부분이죠.
MS와 오픈AI의 관계는 초기 협력적 동반자에서 점차 경쟁 구도로 전환되었으며, 그 단적인 사례는 MS가 작년 8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10K 보고서에서 오픈AI를 ‘경쟁사’로 표기한 점이죠. 오픈AI도 지지 않고, MS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를 취했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3월 오픈AI는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MS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체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스타게이트(Stargate)’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발표했어요.
MS는 이제 인프라의 독점 공급자에서 ‘우선협상권’을 가진 파트너로 관계를 재정립했습니다. 오픈AI는 MS에 인프라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할 경우, 제3의 사업자로부터 인프라를 제공받을 권리를 확보한 셈입니다. 즉, ‘유일한’ 파트너에서 ‘복수 파트너 중 하나’로 입지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오픈AI와 MS 사이의 계약 조항이 조금씩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픈AI가 인공일반지능(AGI)을 달성하면 MS의 기술 독점권이 사라진다는 조항이 드러났죠. MS와 계약상 오픈AI 독자적으로 1,000억 달러의 매출을 거둘 수 있으면, AGI 달성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오픈AI는 비영리 법인에서 영리 법인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존 비영리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AGI 달성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MS의 통제력도 약해지게 되겠죠. MS CEO는 AGI 달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AGI 이정표 달성을 오픈AI 스스로 선언하는 것에도 반감을 표시했죠. 또한, AGI 조항을 ‘거래 파기 요인’으로 간주하며, 오픈AI의 구조조정 계획 승인 조건으로 이 조항의 제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MS는 오픈AI가 독점적 접근을 종료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AGI를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AGI 조항은 이론적인 미래 이정표였지만, 2025년 들어 중요한 계약상의 무기로 변모한 것이죠.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 협상 과정에서 양측 간 갈등은 더 심화했습니다. 현재 MS는 오픈AI 모델에 대한 독점 판매권과 수익의 20%를 가져갈 권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픈AI는 수익 분배 비율을 재조정하고 MS에 더 많은 지분을 제공하려 했으나, MS는 지분 확대보다 더 높은 수익 배분을 요구하고 있어요.
오픈AI는 지난 3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투자자들에 민간 기술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인 400억 달러(약 55조 3,0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투자금이 200억 달러(약 27조 6,500억 원)로 줄어듭니다. 오픈AI가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려면 반드시 최대 주주인 MS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MS의 투자가 독점적 접근과 상당한 이익 공유를 제공하도록 구조화 되어있지만, 이제 오픈AI는 이를 성장에 대한 제약이자 자율성에 대한 제약으로 간주해 서로 간의 긴장이 발생하게 되었어요.
성장에 제약이 생기고, 유사한 사업 분야 간 중복 경쟁이 심화되자 오픈AI는 MS를 직접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오픈AI 경영진이 MS의 독점적 통제와 과도한 지분 요구를 문제 삼아 연방 독점 규제 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소를 검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아울러 공개적인 여론전을 위한 캠페인 진행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FTC와 법무부는 MS와 오픈AI의 시장 내 지배력, 투자 구조, 불공정 경쟁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만약 정부가 MS의 오픈AI 경영 참여를 불공정 경쟁으로 인정하면 양사의 파트너십은 최종적으로 파탄 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MS가 오픈AI에 제공하던 클라우드 인프라를 차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픈AI는 오라클과 4.5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로 계약했습니다. 이는 GPU 수십만 개를 구동하는 규모예요. 이 계약은 연간 3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픈AI는 구글 클라우드와도 인프라 계약을 체결했고요. 오픈AI가 MS에서 언제든 독립할 수 있는 인프라 다각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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