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국내 정권 교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가상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동력이 비트코인 · 이더리움 중심의 시장을 넓히면서 산업 전반의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상자산을 경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금융권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5 임팩트’에서도 확인되었는데요. 행사에는 국내 4대 금융그룹인 KB국민 · 신한 · 우리 · 하나은행의 실무 관계자들이 참석해 디지털 자산 생태계 속에서의 전략 방향과 정책 제안 등에 대해 논의했어요. 주요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나눈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에 본격 대응 준비를 하면서도 디지털 자산 시장을 단순한 신사업이 아닌 금융 본업의 확장 기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각 사는 조직 개편, 내부 전략 수립, 협업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디지털 자산 시대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또한, 제도화와 시장 변화 속에서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산업 구조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포지션을 모색 중입니다.
먼저,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전담 조직과 관계사 간 협업 체계를 정비하며 시장 변화를 신속히 포착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 중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관련 제도 변화와 글로벌 트렌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규제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방향성이라는 판단 아래, 자산의 토큰화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을 관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융사가 단순히 상품 공급자에 머무르지 않고, ‘커스터디(custody 대리인이 금융자산을 대신 관리·보관해주는 자산수탁 서비스)’등 인프라 제공자로서 전통 금융과 디지털 생태계를 연결하는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KB금융은 정부와 여야가 추진 중인 제도화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자산 분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기존의 ‘AI 이니셔티브 드리븐(Initiative Driven)’ 전략을 기반으로 조직 체계를 확립해 나가며 국내 제도 변화 방향을 모니터링하고,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룹 내에서도 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 코인, 증권사는 STO, 카드사는 결제 인프라 등 계열사별로 서로 다른 역할을 검토 중이라고 하죠.
우리은행은 2년 전부터 별도의 디지털자산 팀을 운영하며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왔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해당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담당자는 설명했는데요. 은행으로서는 신사업 영역인 만큼,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 등 전문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구성 방식이 향후 사업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보고 있어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유통, 온 · 오프랜딩(온체인 · 오프체인 연계 서비스) 등의 사업 영역을 구상 중이며, 테크 기업과 협력해 전통 금융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새로운 신사업 영역을 함께 발굴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자산 사업을 단순한 혁신 실험이 아닌 ‘고객 경험 혁신의 수단’으로 정의합니다. 주요 축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예금 토큰을 기반으로 한 지급 결제 혁신입니다. 특히 무역금융과 외환 업무 등 구조적 변화를 주목하며, 블록체인 기반 국제결제 ‘프로젝트 팍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교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의 확산은 은행의 핵심 기능인 여 · 수신과 자산관리 영역에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새로운 자산관리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죠.
하나금융은 디지털 자산의 확장세가 전통 금융의 자산관리 기능과 직접 맞닿아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 이유는 소비자가 가상자산을 통해 보유 자산을 늘림으로써, 기존 금융권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경쟁 요인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자산 기반의 새로운 자산관리 상품을 개발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령 하나은행은 금 신탁 상품처럼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 구현을 검토 중이에요.
KB금융은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 본업에 미칠 영향을 ‘기술적 효율성 제고’와 ‘수익 구조 전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금 토큰의 전송성과 상호운용성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지만, 예금 대신 스테이블 코인을 보유하는 행위는 예금의 ‘무위험 자산’ 지위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죠. 이에 따라 은행은 예대마진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또한 부동산·농산물·예술품 등 실물자산을 온체인화해 담보로 활용할 경우, 대출에 활용할 수 있는 담보 자산의 범위가 확대되죠. 대출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평가·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여신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자산의 등장이 ‘고객이 자산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은행의 기본 기능인 여 · 수신의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데요. 원화 스테이블 코인과 예금 간 교환, 담보의 스마트 컨트랙트화, 리스크 평가 자동화 등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신한은행은 ‘은행의 가장 큰 무기는 신뢰’로 웹 3.0 시대에 신뢰를 제공하는 주체로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기업 간 결제나 외환 거래 등 은행의 기업금융 업무 전반에 큰 변화가 있겠죠? 특히 국가 간 지급 결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 인프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국가 간 지급 결제와 통화 교환에서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일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을 의미합니다.
다만 자금세탁방지(AML), 이상 거래 탐지, 고객 확인(KYC)등 금융 보안 절차가 철저히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더라도 전체 금융 프로세스가 한 번에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각국의 규제 환경과 검증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일부 영역에서 단계적으로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 결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먼저 적용이 시작되고, 이후 개인 이용자(B2C) 서비스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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