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분석가 베네딕트 에반스는 최근 공개한 2025년 가을 보고서 ‘AI Eats the World(AI가 세상을 삼키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AI 중심의 변화가 메인프레임 -> PC -> 모바일로 이어졌던 과거의 플랫폼 전환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에반스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번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과거의 혁신은 발전 방향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AI는 그 한계와 발전 속도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죠. 구글과 오픈AI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모델 성능 격차가 줄어들며 기술 자체가 평범한 상품이 되고 있죠. 승자가 누가 될지, 가치가 어디에 집중될지 모르는 ‘안갯속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에반스의 보고서를 토대로 AI가 가져온 변화와 현재 상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FOMO(소외 공포)’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순환 매출’ 구조입니다. 빅테크가 AI 기업에 투자하고, AI 기업은 그 돈으로 빅테크의 클라우드나 칩을 구매합니다. 빅테크의 투자금이 다시 빅테크의 매출로 회귀하는 이 방식은 AI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실제 현금 흐름이 아닌 장부상의 회전일 수 있어 금융 리스크를 동반하게 되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이것이 거품인지 혁명인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챗GPT 등장 이후 AI는 2년간 엄청난 주목을 받아왔지만, 기업 현장에서의 활용은 아직 ‘적응 중’에 가깝습니다. 코딩 보조나 요약처럼 눈에 보이는 자동화는 늘었지만, 비즈니스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죠.
개인 사용자는 버튼 몇 번이면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은 다르죠. 레거시 시스템, 데이터 연계, 결과물의 신뢰성 같은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클라우드 전환에 오랜 시간이 걸렸듯, AI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를 바꾸는 데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AI 시장에서 가장 바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정리해 주는 컨설팅 기업들입니다.
AI는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I는 새로운 업무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죠. 앞으로의 경쟁력은 인원을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AI의 결과물을 검증하고 연결하며, 이를 조직 전반의 업무 흐름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세스 설계 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인터넷을 지탱해 온 검색, 추천, 광고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먼저 검색은 단순 키워드 매칭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며 훨씬 세밀해졌어요. 추천 시스템 역시 변화를 맞았습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가 필수였지만, 이제 LLM이 콘텐츠의 의미를 직접 이해하면서 데이터가 적은 스타트업도 정교한 추천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광고 영역은 어떨까요? AI가 수천 개의 광고 시안을 자동 생성하고 타겟팅을 정밀화하며 비용 구조 자체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AI 발전 과정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불확실합니다. 기술의 끝이 어디인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기업과 개인에게 주어진 과제는 AI라는 ‘도구’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을 넘어, 이를 통해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구조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재설계할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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