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에서 본 4개의 트렌드

1월 6일부터 9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번 CES 2026에는 전 세계 160여 개국, 4,300여 개 기업, 14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여했어요. 하지만 숫자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AI가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닌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전제 조건처럼 느껴졌다는 점이에요. 가전,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까지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며 초융합(Super Convergence)이 현실이 되고 있었어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도 두드러졌어요. CES 2026 혁신상 총 347개 가운데 한국 기업이 206개를 수상하며 3년 연속 최다 수상국이 되었고, 그중 중소·스타트업이 72%를 차지했어요. AI 인프라 시대에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기업들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이번 CES는 먼 미래보다 이미 진행 중인 변화의 주목한 무대였어요. 그 흐름을 가장 잘 보여준 4가지 장면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화면을 찢고 나온 AI, '피지컬 AI'

그동안 AI는 화면 안에서 작동하는 기술에 가까웠어요. 로봇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은 하드웨어 시연에 머물렀죠. 하지만 CES 2026은 달랐어요. AI가 로봇과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행동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센서로 보고, 액추에이터로 움직이며, 현실 세계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본격적으로 산업과 일상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피지컬 AI의 챗GPT 모멘트가 왔다."라고 말하며, 하드웨어와 AI 두뇌의 결합이 제조업과 가사 서비스의 풍경을 완전히 바꿀 거라고 예고했어요.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Atlas)는 360도 인식 카메라와 촉각 센서를 바탕으로 사람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도 복잡한 산업 부품을 조립했고, LG전자의 클로이(CLOi)는 집 안 가전을 스스로 제어하며 빨래 개기 같은 일상적인 일을 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술의 진보 그 자체보다, AI가 우리 생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숫자로 보는 피지컬 AI의 성장

변화는 이미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어요.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기업들은 AI 기반 자동화를 통해 배송 속도와 업무 효율을 평균 25% 개선했고, 글로벌 제조사들은 AI 로봇과 디지털 트윈으로 신규 공정 설치 비용을 약 15% 줄였어요.

피지컬 AI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2024년 약 41억 달러에서 2034년에는 611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요. 10년 만에 약 15배, 연평균 성장률은 31.26%에 달해요.

이 같은 성장세에 맞춰 투자도 따라오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피지컬 AI 관련 투자가 2023년 23억 달러, 2024년 42억 달러, 2025년에는 161억 달러까지 늘었어요. 불과 2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한 거죠.

이제 AI의 경쟁력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느냐로 이동하고 있어요.

AI는 더 이상 생각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일을 수행하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죠.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산업과 일상의 구조를 다시 짜는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2. 이제 AI는 '도구'가 아닌 '공기'

“사람들은 더 이상 AI가 들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뼈 때리는 말이었던 델(Dell) 부회장의 이 한마디는 AI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 변화를 또렷하게 드러냈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마케팅 문구의 핵심 키워드였고, 있으면 좋은 고급 옵션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죠. 이제는 다릅니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기능이 아니에요. 스마트폰을 살 때 인터넷이 되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AI는 전기나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기본 인프라가 됐어요.

이 흐름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바로 앰비언트 AI(Ambient AI)예요.

쉽게 말하면 사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AI가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집, 사무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지능형 네트워크처럼 작동하는 상태를 말해요.

'앰비언트 AI'가 일상이 되면?

사무실에서는 회의 요약, 일정 조율, 문서 작성이 자동으로 이어지고, 공장에서는 설비 이상을 미리 감지하고, 고객센터에서는 상담 흐름 자체를 AI가 관리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고민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이제 기업들이 "어떻게 AI를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AI를 운영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콕 집어 말했는데요.

즉, AI는 더 이상 실험 대상이 아니라 조직의 운영 모델과 비즈니스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가 된 거죠.

앞으로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와 업무 흐름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는지가 좌우할 거예요.

3. AI 전쟁은 결국 전력·칩·데이터센터로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업계의 고민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어요. 이제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어디에서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큰 숙제가 된 거죠.

이런 흐름은 CES 2026 전시장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는데요. 이번 행사에서 에너지·전력·인프라 기술이 테크 전시의 주인공으로 격상된 이유이기도 해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나 수소 연료전지 같은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이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다뤄지기 시작했거든요. 실제로 국내 기업 두산은 이번 CES에서 연료전지와 SMR 관련 기술을 함께 전시하며, AI 시대의 전력이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줬죠.

한편, 모든 AI를 클라우드에서만 처리하는 방식도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요. 지연 시간, 전력 비용,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맞물리면서 AI를 기기 자체에서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이번 CES에서 퀄컴은 차세대 스냅드래곤 X 시리즈를 공개하며 로컬 AI 처리용 NPU 성능을 전면에 내세웠고, AMD 역시 AI가 클라우드에서 PC와 엣지로 내려오는 흐름을 강조했어요. 이제 AI 경쟁의 초점은 단순한 성능 비교를 넘어 다음의 핵심 질문들로 이동하고 있답니다.

  • 어디에서 실행할 것인가: 클라우드인가, 아니면 내 기기(온디바이스)인가?
  • 얼마나 효율적인가: 전력, 발열, 비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대규모 배포와 업데이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가?

결국 이번 CES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해요. AI 전쟁의 다음 무대는 모델 그 자체보다 인프라와 에너지, 그리고 운영 역량이 될 거라는 점이죠!

4. CES에서 이제 '제품'은 주인공이 아니다

이번 CES에서 관람객들이 더 이상 묻지 않은 질문이 하나 있어요.
"이 제품은 몇 인치인가요?"

하드웨어 스펙 경쟁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어요. 대신 전시장 곳곳에서 더 많이 들린 질문은 이거였죠.
"이 제품은 내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 변화는 전시 구성과 메시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어요. 냉장고는 단순한 가전이 아니라 가족의 식단과 건강을 관리하는 헬스케어 허브로, 스마트홈 디바이스는 원격 제어 기기를 넘어 생활 전반을 조율하는 AI 기반 생활 운영자로 소개됐죠.

기업들이 보여주려 한 것도 더 이상 제품 하나의 기능이 아니었어요. 핵심은 AI가 어디에서 판단하고, 어떤 기준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가였어요. 여러 디바이스가 연결된 환경에서 AI가 어떤 역할과 권한을 갖는지, 그 구조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죠.

 

콘텐츠 제공 : 바이라인네트워크(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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