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IT를 돌아보며

2026년을 맞아 자연스럽게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되네요. 2025년은 단순히 기술이 발전한 해라기보다 기술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산업의 구조를 직접 흔들기 시작한 해였죠.

그동안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네 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봤어요. 지금부터 지난 한 해를 바꿔놓은 변화를 함께 돌아볼게요.

흐름 1. AI가 '기술'에서 '국가 전략'이 되다

2025년은 AI가 단순히 더 똑똑해진 해라기보다, AI를 누가 통제하고(주권), 무엇으로 굴리며(인프라), 어디에 쓸지(정책)가 본격적인 국가 경쟁 의제가 된 해였어요.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버린 AI가 국가 어젠다로 부상했고, 언론과 정책 담론에서는 이를 두고 AI 고속도로라는 상징적인 표현까지 등장했죠. AI는 이제 민간의 기술 유행을 넘어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로 이동하고 있어요.

잠깐, '소버린(Sovereign) AI'가 뭐냐고요?

우리 데이터로, 우리 인프라에서, 우리 정책 기준에 맞게 AI를 운영하겠다는 선택이에요. 완전히 독립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통제권과 선택지를 스스로 갖겠다는 선언에 가깝죠.

이 분위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바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강남 치맥 회동이었어요. 단순히 닭다리만 뜯은 게 아니라, 젠슨 황이 두 회장에게 서명된 AI 슈퍼컴퓨터 모형을 선물하며 깐부(파트너)를 맺은 게 핵심이었죠.

이 장면이 유독 주목받은 이유는 단순해요. AI 경쟁의 병목이 더 이상 모델에 있는 게 아니라 GPU 같은 연산 자원과 공급망에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이후 엔비디아는 한국과 대규모 GPU 인프라 협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AI 인프라는 기술 이슈를 넘어 외교와 투자, 산업 전략이 뒤얽힌 국가 과제로 다뤄지기 시작했어요.

반도체 시장 역시 이 AI 열풍을 타고 다시 한번 슈퍼사이클을 맞이했죠. 특히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은 좋은 모델을 만드는 회사보다 그 모델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졌다는 구조 변화를 보여줬어요. AI가 소프트웨어의 영역을 넘어 결국 칩, 전력,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토대 위에 내려앉는다는 현실이 숫자로 확인된 거죠.

정책 라인업의 변화도 눈에 띄었어요.
하정우, 한성숙, 배경훈, 최휘영 등 민간 테크 업계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대거 합류하면서, “현장을 아는 사람이 정책을 만든다”라는 기조가 분명해졌죠. AI를 일시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핵심 엔진으로 쓰겠다는 신호로도 읽혀요. 여기에 대규모 R&D 예산 복구까지 더해지며, 로드맵에도 속도가 붙었고요.

한편, 글로벌 LLM 시장은 중국 딥시크(DeepSeek)가 압도적 가성비로 판을 흔들면서 경쟁이 더 가팔라졌어요. 이에 구글이 제미나이 3로 응수하며 성능 경쟁은 물론이고 비용, 속도, 생태계 장악력까지 따져야 하는 AI 실전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줬죠.

흐름 2. 확장된 디지털 사회, 먼저 한계가 드러나다

AI 이전의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진 사회에서 이 사건들은 더 치명적으로 작동했죠.

전국을 흔든 보안 잔혹사

가장 먼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 건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연쇄였어요.

SK텔레콤의 대규모 정보 유출에 이어, 쿠팡에서는 내부자에 의해 고객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죠.

특히 쿠팡 사태는 파장이 굉장했죠? 사건 초기에는 약 4,500건 수준의 계정 노출로 발표됐지만, 추가 조사 결과 약 3,370만 명의 고객 정보가 무단 접근을 통해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등 개인 식별 정보 전반이 포함된 규모였어요.

결제 정보나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혀졌지만,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이제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을 남겼죠.

이 사건의 더 큰 문제는 해킹 기법의 고도화가 아니라 내부 권한 관리 실패와 탐지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었어요. 디지털 시스템이 커질수록 기술보다 운영과 통제의 허점이 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죠.

불안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회

이 사건이 더 불안했던 이유는 많은 이용자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탈팡’ 움직임도 나타났지만, 쿠팡의 압도적인 배송 속도와 편의성은 이미 일상 인프라처럼 자리 잡은 상태였죠. 결국 시장 지배력 자체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어요.

이는 단순한 브랜드 충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가 이미 하나의 생활 기반 시설처럼 고착된 구조를 보여줘요. 불안을 느끼면서도 대체할 수 없는 환경,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의존 사회의 또 다른 취약점이죠.

플랫폼 경쟁, 그리고 더 깊어지는 집중 구조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경쟁사들도 쿠팡에 맞서기 위한 '속도'와 '편의성'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요.

네이버는 컬리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선보였고,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며 유사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죠.

한편 오픈마켓 시장의 최강자였던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며 단독 생존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드러냈어요.

이제 이커머스 시장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플랫폼이 될 것인가를 놓고 재편되고 있죠.

사태가 잇따르자, 정부도 강경 대응

또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자 정부도 강경 대응에 나섰어요. 보안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인증을 즉시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기업 매출액 기준의 징벌적 과징금 도입이 추진되며 "사고가 나면 사과로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죠.

흐름 3. 스타트업은 지원과 통제 사이에 섰다

키우되, 관리하겠다.

2025년 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 지원과 새로운 규제가 동시에 쏟아지며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해를 보냈어요.

정부가 벤처 4대 강국을 목표로 총 40조 원 규모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얼어붙은 시장에 다시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죠. 모태펀드 출자 확대, 스케일업 펀드 조성, 딥테크·AI·바이오 분야 집중 투자 등은 위축됐던 초기·성장 단계 스타트업에 분명한 숨통이 됐죠.

하지만 동시에 일부 산업군을 겨냥한 규제 법안들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정반대의 신호도 함께 전달됐어요.

대표적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수익 구조를 제한하는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추진되며, 플랫폼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를 내놓았죠.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투자는 장려하면서 사업 모델은 제한하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어요.

2025년의 정책 기조는 스타트업에게 성장을 독려하는 신호와 함께, 보다 신중한 경영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했죠.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원 규모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얼마나 확보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고 있어요.

 

콘텐츠 제공 : 바이라인네트워크(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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